나이가 이제 30대 중반이 되니까, 드디어 좀 철이 드는 걸까?
최근에서야 비로소 내 삶을 내가 선택한다는 것의 개념이 뭔지 쬐끔 감을 잡게 된 거 같다.
나는 꽤 다혈질이고, 부모님과도 잘 싸우고 회사 사람들하고도 잘 싸우고
무튼 걍 화를 쉽게 잘 낸다.
주변에 진짜 어떤 경우에도 화를 안 내는 지인분이 계신데, 늘 평온한 게 너무 신기해서 요며칠 진심으로 관찰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완전 좆밥이었기 때문에 그 지인분은 화 낼 일이 없으신가 보다~~ 팔짜 좋네~~~ 하고 말았을 뿐 관찰해볼 생각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무척 등신이었단 얘기지....ㅋ큐ㅠㅠ)
얼마전에 그 지인분의 남편이 아이의 유치원 등록을 하게 된 거야. 근데 뭐 그 남편분이 까먹고 아이 유치원 등록을 안 한 거다. 난 애가 없어서 몰랐는데 뭔 대학 입시처럼 유치원 입학 자체가 몹시 빡쎈 모양이더라고. 더군다나 이 부부는 맞벌이라 아이를 오래 봐줄 수 있는 특정 유치원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
나 같으면 남편한테 불같이 화를 내며 이 새끼 믿고 어떻게 사나~~~ 이혼을 때려버려!!!! 이랬을 거 같은데... 나의 지인분 평온한 염화미소를 지으면 "에휴..... 왜 그랬어~ 큰일났네~" 하고 땡!
난 너무너무 충격받았다. 지인분 말씀으로는 화를 내든 안 내든 어차피 다른 유치원은 알아봐야 하는 건 똑같고, 화를 낸다고 해도 당장 이혼할 것 아니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성불이냐?? 싶었지만 듣고 보면 다 맞는 말이다. 화 낸다고 달라질 게 없는 상황에서 굳이 화를 내지 않는다. 이 쉬운 걸 왜 그동안 난 못했던 걸까?
그건 ㅋㅋㅋㅋ 언제나 나는 화를 내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얼마나 더 좆같이 흘러가든지 간에 나는 늘 화를 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일지언정 그걸 표출하냐 마냐 하는 문제는 언제나 나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는 것. 누군가는 어린 시절부터 일찍이 이런 간단한 걸 깨닫고 살아왔겠지만 난 늙어가는 와중에야 깨닫는다. 휴... 2022년에는 화 안 내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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