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오랜만에 술자리가 있었다.
여자들만 온다고 들었는데 웬 모르는 남자놈도 한 놈 왔더라고.
눈 땡글땡글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은 게 사슴형 남자분이었다.
역시 그런 놈 주변엔 밀착마크 중인 여자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저런 놈이 있구나 정도만 확인한 채 다가갈 순 없었다.
대~~ 충 곁눈질로 보니까 고자거나 게이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여러모로 나랑 취향이 비슷해 보이는 데다가 고자일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둔 채
번호를 달라해서 받았다.
주말 내내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오늘 카톡을 보내봤는데, 한두 통 해보니 뭔가 더 감이 온다.
아무래도 게이인 거 같다.
뭐랄까 문자의 길이도 너무 길고, 그 정돈된 느낌......
지나치게 다듬은 문장과 단어 선정..... 약간 가식적인 이모티콘까지....
이것은 이성애자의 바운더리에서는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생각.
나한테 관심 없어서 나오는 매너하고는 좀 다른.. 어떤 미묘함이 느껴졌다.
아, 술자리에서 확실히 캐치했어야 했는데
어쩐지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느낌이 있었다.
ㅋㅋㅋㅋ 무튼 잔잔히 재밌었고 ㅋㅋㅋ
그날 이 사슴 같은 게이분에게 음식까지 덜어주며 눈빛 쏘시던 여자분은
눈치채셨을라나 모르겠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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