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의 조건에 몸과 영혼을 홀랑 팔아버리는 여자들이 있다. 조건이라고 해봤자, 대단한 것도 아니다. 명문대를 나온 걸로, 금수저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에 다니거나 탑티어급 로펌에 있다는 이유로 단번에 을의 자리를 자처하는 여자들이 있다.
난 남자 조건이 좋을수록 언제나 더 후려치고 싶어지는 못된 성미가 있어서 그런지 대학교 같이 다녔던 오빠들이 차례로 (그래봤자...) 삼전 들어가고 엘전 들어간 걸로 목 뻣뻣해지는 걸 볼 때마다 죽이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근데 웃긴 건 그 오빠들한테 절절매는 여자들 또한 있더라고. 물론 내가 그들을 죽이고 싶은 거랑 별개로 그 오빠들은 꽤 괜찮은 사람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오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예쁜 여자들이 척척 붙더라고.
내 여자친구들 중에도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대기업 다닌다 하면 갑자기 점수를 왕창 주는 사람, 서울대 나왔다고 하면 설설 기는 사람...... 친구들의 그런 모습이 너무 꼴불견이어서 가끔 그 남자새끼 별거 없다고!! 하면서 사자후를 토한 적도 있는데 그래봤자 결론은 같다. 우정만 상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을의 연애는 계속된다.
왜 그럴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지 구분할 줄 몰라서 그런다는 거다. 모든 인간이 다 그렇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수록 외적인 부분에 쉽게 점수를 줘버린다. 그나마 인간을 좀 볼 줄 안다는 사람들은 서로 쫌 친해지고 나면 '아, 쟤 별거 없네' 하기 마련일 텐데.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간)인지 판단할 줄 모르는 여자들은 끝까지 그 조건에 매달리고야 만다. 왜? 모르니까. 뭐가 좋은 건지 찍어먹어봐도 모르니까.
사실 남자를 아주 많이 만나본 게 아니고서야 이 남자 어떻다, 저렇다 파악한다는 건 보통 여자들 입장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지표(학교, 직업, 부모 재산) 같은 걸로 '괜찮은 남자' 카테고리에 처 박아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 어차피 제대로 파악할 능력도 지력도 없으니까 가능한 한 판단을 늦추는 거다. 그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시간을 아주아주 길게 두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모아보는 걸 먼저 하는 거다. 이 남자가 어떤 놈인지 절대 판단해보지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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