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녀 생태계

연애를 많이 해야 남자를 잘 만난다는 옛말

bbakku 2021. 5. 7. 13:46



우리 한녀들은 엄마들로부터 연애를 많이 해야 (혹은 좀 약아야) 남편 잘 만난다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듣고 살아왔을 것이다. 혹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축하한다. 미혼의 한녀들이 마음속에 은장도처럼 새기고 있는 말을 듣지 않고 자라온 삶, 좋은 것이다.

연애가 잘 안 되는, 본인 스스로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한녀들은 계속 저 말에 시달린다.
연애를 해야 하는데, 많이 만나봐야 남편을 잘 만난다는데, 본인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 만난다는 건 부자 남편 만나 발 뻗고 호강하며 산다는 걸로 풀이되는데, 이렇게 남자한테 인기가 없으면 결혼은 어떻게 하지? 연애를 어떻게 하지? 싶은 고민만 깊어진다. 너무너무 예쁜 친구 한 명(미인대회 출신, 존나 예쁨)도 이런 말 때문에 꽤 자주 스스로를 괴롭히더라고. 심지어 얘는 집안도 존나 좋음. 조건 별로인 남자를 만나려고 노력을 아무리 해도 아마 어려울 거임.

나도 한녀로 자라면서 저 말을 참 많이 들어온 사람으로서 늘 궁금했다. 저 말의 진위가. 그리고 나이 서른을 넘길 때쯤 답을 내렸다. 저 말은 진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편 잘 만난다'라는 뒷말에 있다. 대체로 남편으로부터 맞거나 폭언에 시달리며 젊은 날을 보내고, 나이 들어서는 생활비 가지고 협박하거나 할 줄 아는 거 하나 없는 식충이 남편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중년 이후의 삶을 살아온 우리 어머니 세대는 정말 돈 존나 많은 남편 만나서 일 안 하는 삶, 그 삶을 향한 갈망이 엄청나게 큰 것 같더라고. 그런 여자분들만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but, 보편적으로 어쨋든 간에 우리는 우리 개인에게 저 명언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나 판단해봐야 한다. 내 결론은 이렇다. 연애를 많이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남자, 나한테 맞는 남자, 같이 있으면 너무 편안해서 잠이 솔솔 오는 그런 놈이 누구인지 그 기준이 생기는 것 같다. 마냥 머슴 같은 놈이 잘 맞는 여자도 있을 거고, 돈 욕심 많아서 가계를 막 끌고 가는 놈이 잘 맞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남자는 오로지 자신만이 판단할 수 있다.

어떤 한녀는 기준이 '결혼하면 집 한 채 사줄 놈'이었고, 그 기준 하나를 두고 다른 세부 사항들은 조금 안 맞는 것이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분은 정말 집 한 채 받고 결혼하심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분은 오로지 집 사준다는 놈에게만 호감이 생긴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니? 무튼 ㅋㅋㅋㅋㅋㅋㅋ 연애를 많이 한다는 거 자체가 내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간결해지지 않을까? 내 기준에 잘 맞는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이 '연애 많이 해야 남편 잘 만날 수 있다'의 본뜻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