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작을 아주 좋아한다. 코로나 이후에는 사람 모으기가 어려워서 안 치고 있지만 한 2-3년 정도는 매주마다 마작장에서 살았다.
마작을 처음 시작하고 대략 2개월 정도 나는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내리 돈을 까먹었고(진짜 돈은 아니니까 도박은 아닌 거지) 집으로 가면서 복기에 복기를 하며, 분한 마음을 삭였다.
당시에 내가 발견한 패턴은 1. 내가 낀 테이블에서 점수가 크게 나는 경우가 없다. 2. 나는 이기지 못한다.
이 두 가지였다. 아, 그리고 마지막 패턴은 3. 게임이 끝난 후 패를 까보면 다들 내 패에 놀란다.
마작은 굉장히 많은 수의 조합 중 하나를 가장 먼저 완성시킨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즉, 필요없는 패는 버리고 들어오는 패들로 가능한 조합 하나를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조합들 간에 차이가 있어 어떤 조합은 점수가 크게 나고 어떤 건 그냥저냥 좀좀따리로 먹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매번 좋은 패들을 다 모아놓고 최상의 조합으로 점수를 크게 먹기만을 욕심을 부렸다. 점수가 나는 패는 내가 쥐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점수를 크게 못 내고, 점수가 나는 패들로 하나의 조합을 만드려면 당연히 난이도가 그만큼 수직 상승하기 때문에 내가 우승할 확률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이다.
결국 패인은 버리지 못하는 것에 있었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갖고 있으면 크게 점수를 내주니까, 혹은 여기서 버리면 다른 사람이 주어갈 수 있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사실 이기는 데에 필요치 않은 패들까지 손에 쥐고 놓아주지 않았던 셈이다.
이러니 막상 패를 까면, 다들 '저 패가 저깄었네' '어떻게 모았냐'며 놀란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다 똥이 되었지만.
그 후론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패도 당장 필요없으면 다 버렸고, 점점 승률을 올려갔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크게 따기도 하고 그런 것이다. 작은 성취라도 성취는 성취인 것이라, 결과를 내는 데 필요한 것 빼곤 다 버리는 것이 결국엔 이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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