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고3 혁명, 유전자의 중요성(손사탐 전설의 강의)

bbakku 2021. 5. 13. 23:28


오늘 메가스터디 손사탐, 손주은 전설의 강의를 봤다. 아래 강의다.

2001년 강의로 추정되는데 저 시절 손주은은 엄청나게 대단했다고 함 ㅋㅋㅋ "너는 창녀보다 못한 삶을 사는 수가 있어" 이런 ㅋㅋㅋ 엄청난 얘기를 할 수 있었다니 진짜 01년도의 야만성에 대해서도 알 수가 있는 귀한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hxrEDl13DY

이 영상이 유명한 이유는 첫째, 공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자라는 아주 솔직한 얘기를 꺼냈기 때문에, 둘째, 공부에서 성취를 거두려면 니들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에 관해 굉장히 카리스마 있게 말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속의 댓글을 보면 알겠지만 사람들 다 ㅋㅋㅋㅋㅋ "다 맞는 말" "해이해질 땐 언제나 이 영상을 다시 본다" 등 난리가 나있다.

이 긴 영상을 밥 먹으면서 쭉~~~ 보고 내가 느낀 걸 풀어보겠다. 손주은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한 제자를 예시로 든다. 제자분은 공부를 안 해서 충격적일 정도로 엉망인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지만 이대 나온 엄마와 가톨릭대 의대를 나온 의사 아버지를 둔 여자분이다. 이분이 자신의 얘기를 듣고 얼마나 성공했는지 설파한다. 결론적으로는 "이런 애도 있으니까 니들도 오늘 내 강의 듣고 정신차리고 공부해" 이건데 ㅋㅋㅋㅋㅋ


웃긴 건 저 사례야말로 그냥 "유전자"가 적절한 시점에 힘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손주은도 썰을 풀면서 처음에 그걸 밝히긴 한다. 집안 존나 좋은 집 딸이라고. 엄마 아빠 다 똑똑한 애인데 애만 방치됐을 뿐이라고. 저 제자분의 사례는 그냥 손주은 말한 첫번째 진실 '모든 건 다 유전자야~~~~'의 대표적 사례일 뿐인데, 손주은의 영상을 보고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은 왜 생기는 걸까?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내심 이런 생각을 하는 건가? "난 유전자는 좋은데 노력을 안 했을 뿐. 지금부터 정신차리면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이렇지 않고서야 ㅋㅋㅋㅋ 왜 저 사례에 스스로를 대입하면서 불타는 의지를 다지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웃긴 게 손주은이 성공한 제자 사례 바로 다음에 실패한 제자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ㅋㅋㅋ 그분도 역시 강남에서 살고 성공한 사업가 아버지를 둔, 손주은식으로 해석하자면 좋은 집안의 학생이다. 이 학생은 유전자는 좋지만 결국 손주은의 혹독한 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살던 대로 살았다라는 얘기인데. 여기까지 보고 나면 시청자는 다시 같은 회로에 빠진다. '역시 손주은의 말대로 미친듯이 노력하면 성공 가능 ㅇㅋ?'


우리는 여기서 해당 강의의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저 강의는 아마도 강남 혹은 서초 지점 메가스터디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시 손주은 강의를 들으려면 어머님들이 새벽부터 줄 서서 등록해야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설명만 알아도, 현장에 참석한 학생들의 사회적 스탠스를 짐작할 수 있다. 엄청난 열정의 어머님+강남 혹은 서초라는 지역 ㅋㅋㅋㅋㅋㅋㅋ 각이 나오지 않니?

저 자리에 앉아 있는 애들 중에 흙수저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플러스, 돈 잘 버는 아버님에 풍족한 가계, 어머님의 정보력, 이 모든 것을 이미 갖춘 아이들이 손주은의 학생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손주은은 현장에 온 학생들을 '유전자가 좋은 애들'로 전제하고 진행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례로 둔 두 사람이 다 ㅋㅋㅋㅋ 가정 환경이 똑같잖아. 아마 저 자리에 있던 애들도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었을 거임. 그러니까 니들은 첫째 조건 유전자 Ok 있음, 그니까 이젠 노력을 하라고 그럼 대학 간다고~~ 이 논리를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손주은의 해당 강의를 2021년까지 보고 있는 우리도 비슷한 조건을, 좋은 유전자를 이미 가진 사람들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대부분 그럴리가 없잖아 ㅋㅋㅋㅋ 그렇다면 손주은의 가르침을 이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동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무리 비슷한 욕망들로 뒤범벅된 한국이라고 해도 삶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진짜 너무너무 여러 가지 형태로 살아간다. 이미 성인이 되었다면, 자신의 가정환경이 손주은의 학생들과 다른 모습이었다면, 굳이 손주은의 강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손주은은 2011년? 인터뷰에서 화제가 된 해당 강의의 내용에 대해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힌 적이 있다. 기사는 읽다가 미처 다 못 읽었다. 피곤해서. 각자 찾아보길 바라고, 손주은도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는데 ㅋㅋㅋㅋ 뭐한다고 저 영상을 성경처럼 받들고 있니. 심지어 2020년에 한 강의를 보니까 탈조선을 외치고 계시더라도. 대단한 사업가이자 동시에 화술가인 듯하다. 그 아우라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기는 하더라.